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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의 성지, 모터스포츠 서킷

속도 제한이 없기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해 보이지만, 의외로 우리가 달리는 도로보다 안전해야만 하는 곳이 있다. 모터스포츠 서킷이 바로 그곳. 그렇다면 모터스포츠 서킷의 설계 기준과 목적, 그리고 레이스 개최를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사실 최초의 자동차 경주는 1894년 프랑스 파리부터 루앙(Rouen)에 이르기까지 약 126km에 달하는 공공도로에서 치러졌다. 최초의 전용 자동차 경주장은 그로부터 10여 년 뒤, 영국 브룩랜즈(Brooklands)라는 지역에서 건설을 시작해 1907년에 완공되었다. 이 서킷의 경우, 자동차 경주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한 고속 주행 테스트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 Motorsport Circuit: The Holy Land of Speed

자동차의 성능과 기술이 발전하고 레이스가 엄연한 스포츠 장르로 자리 잡게 되면서, 서킷의 건설 형태도 바뀌기 시작했다. 최대한 지형을 살리면서 오늘날의 일반 도로가 가진 대부분의 조건을 압축시킨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일례로, 최근(2012년 오픈)에 지어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COTA)를 살펴보자. 이 서킷은 해당 지역의 지형을 거의 손대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 세차게 휘어진 코너 등 실로 다양한 조건이 자연스럽게 갖춰진 입체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자연 지형을 살리는 형태뿐 아니라, 인공적인 형태의 서킷 역시 등장하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모나코,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에 자리한 도시적인 시가지 서킷이다. 이 서킷들은 도심 속 공공도로를 잠시 레이스를 위한 서킷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지극히 도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을 볼 수 있다.

Motorsport Circuit: The Holy Land of Speed

모나코 시가지 서킷의 모습

얼핏 보면 서킷 건설에 있어 자유도가 매우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아주 엄격한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다.

또한, 각 기준에 따라 국제자동차연맹(FIA)에 의해 승인 및 등급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포뮬러 원을 개최하려면 FIA의 그레이드 1등급을 받아야만 한다. 그레이드 1등급이 되기 위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서킷의 총 트랙 길이가 3.5km를 넘어야 한다. 트랙의 직선 구간은 최장 2km 이내여야 하며, 서킷 총길이는 7km를 넘을 수 없다. 코스가 너무 길면 랩(Lap)당 레이스 시간이 길어지고 안전 문제도 가중되기 때문이다.

트랙 폭의 경우, 최소 12m는 되어야 하고, 코너에 대한 기준도 꽤 엄격하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코너의 각도는 최소 45°, 반경은 300m 이하여야 하고, 진입 시점은 스타트 라인에서 최소 250m 이상 떨어질 것을 권장한다.

스타트 그리드, 즉 레이스카가 출발하기 위해 서 있는 각각의 자리에 대한 간격도 정해져 있다. 일반 서킷의 경우 6m, F1을 치를 수 있는 그레이드 1 서킷의 그리드 간격은 최소 8m가 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피트 스트레이트가 차지하는 비율부터 피트 레인의 폭과 길이, 코너의 경사각 등 까다롭게 규정된 기준에 따라 서킷이 설계된다.

안전을 위한 시설과 공간 마련에 대한 규정도 있는데, 대표적인 시설물이 바로 방호벽 또는 배리어다.

특히 배리어의 경우, 해당 구간에서 레이스카가 충돌할 때의 운동에너지와 설치 공간을 고려해 암코 (Armco) 배리어, 테크프로 (Tecpro) 배리어, 콘크리트 배리어 또는 타이어 월(Tire Wall)을 설치해야 한다.

관중석에 대한 기준은 더욱 까다롭다. 트랙과 관중석 사이의 거리 규정이 생겼으며, 심지어 해당 구간의 평균 통과 속도와 그에 따른 운동에너지를 계산해 그 거리를 더욱 연장하기도 한다. 물론 관중 보호를 위한 캐치 펜스의 높이와 너비도 모두 지정되어 있다.

이 밖에도 트랙에서 벗어났을 때 안전하게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런 오프 구역부터 사고가 난 드라이버를 피트로 이동시키기 위한 이스케이프 존과 이스케이프 로드, 배수 시설, 레이스 진행을 위한 제반 설비 규정까지. 서킷 건설과 관련된 규정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구체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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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서킷.자갈이깔린 런오프 구역이 보인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복잡한 규정을 통과하고 얻어낸 FIA의 등급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재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라이선스 비용을 내지 않을 경우 등급이 취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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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트랙은 배수 설계가 대단히 중요하다. 독일 노리스링에서 펼쳐진 수중전 경기 장면.

이렇게 복잡하고 깐깐한 서킷 규정이 있기에, 모터스포츠 경기 특유의 박진감과 짜릿함이 배가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종류의 서킷은 레이스 용도로 사용될 뿐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소치, 독일의 호켄하임, 아부다비의 야스마리나는 마치 공연장처럼 트랙 일부를 무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고, 특히 야스마리나의 경우, 아예 호텔 통로를 서킷의 브리지로 활용해 호텔 아래로 레이스카가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서킷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적 설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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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록 페스티벌 ‘록암링Rock am Ring(영어로는 Rock at the Ring)’은 뉘르부르크링 GP 트랙에서 열린다.

좀 더 비밀스러운 서킷들

앞서 설명한 형태와 달리, 어떤 서킷은 완전히 외부와 차단되기도 한다. 공연과 같은 행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레이스도 열리지 않는다. 테스트 트랙이 그 예다. 대표적인 곳으로 2012년 포르쉐가 인수한 나르도 링(Nardò Ring)을 들 수 있다. 이탈리아 나르도에 위치한 이 서킷은 지구 궤도에서도 보이는 거대 트랙으로 거의 완벽한 원형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목적은 최고 속도 테스트! 12.5km의 원형 경사 트랙 (Banked Circular Track)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앞만 보며 달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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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나르도 링.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뉘르부르크링. 그중에서도 노르트슐라이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서킷이자 동시에 전 세계 모든 자동차 · 타이어 제조사가 찾아오는 종합 테스트 트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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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명 ‘녹색 지옥Green Hell’으로 불리는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모든 모터스포츠 서킷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테스트 트랙이지만, 이처럼 특히나 사랑받는 서킷이 있기 마련이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외에도 타이어 제조사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는 영국 실버스톤이다.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서킷 중에서도 코너 스피드가 가장 빠른 곳으로 유명하다. 타이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실버스톤이 가장 혹독한 테스트가 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에 많은 회사가 이곳에서 비밀스럽게 새로운 타이어를 테스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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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레이싱 경기 중인 모습.

자동차를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 중에서 유일하게 노면과 직접 맞닿는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 또한 전용 트랙을 운영한다. 타이어 회사의 테스트 트랙은 서킷의 구조와 시설이 일반 레이스 트랙과 아주 다르다. 경사진 주회로를 양쪽에 갖춘 고속 테스트 트랙은 물론이고, 레이스 서킷처럼 구불구불한 로드 트랙, 빗길 · 오프로드 · 요철 · 제동력 테스트 구간 및 다양한 노면 상태에 따른 타이어 반응을 테스트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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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테크노링에서 테스트 드라이버가 한국타이어를 장착하고 젖은 노면 주행을 테스트하는 모습

이런 서킷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타이어가 내지르는 마찰음으로 채워진다. 엔진과 변속기의 성능이나 차체의 반응 등 복합적인 것을 테스트하는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우리는 오직 타이어에 집중하여 끊임없이 테스트를 한다.

즉, 주행에 관해서는 타이어 회사가 더 많은 지적 자산을 보유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타이어에 대한 요구가 더 까다로워짐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는 타이어 회사는 향상된 기준과 시설의 테스트 트랙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한국 테크노링 (TechnoRing)이라 명명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테스트 트랙을 새롭게 건설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