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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플렉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끌다

일하는 공간, 어떻게 기획해야 할까?

“집은 삶을 기록하고 나와 나의 가족이 누구인지, 그리고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그릴 수 있는 캔버스다.”

스타일리스트이자 디자인 컨설턴트인 Amanda Talbot은 그의 저서 about happiness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삶에 공간이 미치는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업무 공간에서도 중요하게 기능한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하루 8시간 이상을 오피스에서 보낸다. 구성원이 경험하는 심리적, 물리적 환경은 곧 업무 성과 그리고 브랜드 비전과 직결된다.

한국타이어는 2020년 5월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테크 혁신의 거점, 판교에 지하 6층 ~ 지상 10층 규모의 신사옥 ‘테크노플렉스’를 세웠다. ‘혁신’이라는 비전 하에 기업과 구성원이 공유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기업 문화를 물리적으로 구현했다. 그런 테크노플렉스 기획의 밑그림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일하는 방식’이었다. 임직원이 일하는 방식은 그들이 고안하고 만들어내는 제품의 결과물과 긴밀하게 연계되고, 이는 곧 브랜드의 발전 및 혁신의 탄탄한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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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대표는 이 회사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비전을 이야기했습니다. 공간을 통해 일하는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나가겠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우리는 건축이 실제 건물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를 기대하며 설계했습니다.”

Iwan Jones, Foster+Partners

테크노플렉스 설계의 기본 골조

“Proactive Culture”

한국타이어에서 추구하는 ‘일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먼저 한국타이어의 업무 문화 ‘프로액티브 컬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프로액티브 컬처란 ‘전문성에 기반한 경쟁력을 갖춘 구성원이 능동적이고 혁신적으로 일의 주체가 되는 문화’를 뜻한다.

한국타이어는 테크노플렉스 설계에 임직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는데, 이때 공통된 의견은 ‘편안한 공간, 그로 인한 유연한 사고와 자연스러운 소통’이었다. 편안하고 유연한 환경은 프로액티브 컬처의 정립을 돕고, 궁극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거라 확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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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Connectivity”

한국타이어는 “Visual Connectivity” 즉, 시각적 연결성에 집중했다. 이는 건물에 들어섬과 동시에 체화할 수 있다. 1층 로비와 3층 오픈 스페이스를 잇는 에스컬레이터 공간부터 건물의 최고층까지 막힘없이 뚫려있다. 전 층에 걸쳐 넓은 면적을 비워둔 것은 공간 활용, 비용 측면에서 혁신적인 시도였다. 일반적인 오피스는 층별로 단절되는 구조인 반면, 테크노플렉스에선 중앙 아트리움 덕분에 어느 층, 어느 공간에서든 시각적으로 연결된다. 덕분에 건물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눈에 인식할 수 있고, 이는 곧 하나의 회사에 속해있다는 소속감으로도 이어진다.

1층에서 3층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라이팅 아트 작품 ‘오큘러스’가 감싸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모티브로 한 영국 Jason Bruges 스튜디오의 작품으로, 계절별로 색감이 바뀌어 실내에도 계절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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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층에서 내려다본 오큘러스. 오큘러스를 통과하면 마치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 에스컬레이터에서 고개를 위로 들면 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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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심리적, 물리적 안정을 고려해 설계한 오피스는 업무 효율을 최대치로 이끌어낸다.

회의실 벽이 모두 투명하고, 건물 창가엔 커튼이나 블라인드도 전혀 없다. 햇빛은 건물 외벽 루버로 조절한다. 365일간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직사광은 막고 자연광을 내부로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는 최적의 위치와 각도로 설계했다. 천장 조명 역시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조도와 색온도가 자동 변환된다. 구성원을 자연스레 회사 내·외부적으로 연결하고, 실내에서도 생체리듬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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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의 개방성은 유지하되, 업무 환경에 최적화된 채광만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설계한 고정형 유리 블라인드, 루버

소통과 협업을 돕는 유연한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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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협업의 촉진을 위해 무작정 개방한 공간은 오히려 업무 몰입의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테크노플렉스에서는 섬세한 동선 기획으로 구성원 간 소통을 부드럽게 유도한다.

층마다 아트리움 근처에 캔틴(프린터와 같은 사무기기는 물론 냉장고, 커피 머신, 싱크대 등을 갖춘 편의 공간)을 두고, 캔틴 주변으론 소파와 테이블을 군데군데 배치해 오픈 스페이스로 구성했다. 출근해서 하루에 한 번은 물을 마시러, 복사기를 사용하러 캔틴에 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 간에 자연스레 소통이 일어나고, 의도하지 않은 의외의 만남까지 가능해진다.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면 바로 옆 오픈 스페이스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이런 동선상의 영향으로 실제 구성원 간 가벼운 회의가 많아졌다.

재밌는 점은 이 모든 동선이 물리적으로도 유연하다는 것이다. 건물 내에서 코너가 되는 벽면과 기둥, 가구는 대부분 곡선 구조를 이룬다. 동그랗고 부드러운 공간은 자연스레 사용자의 심리적 안정 형성에도 기여한다.

몰입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오피스

사옥을 옮기며 업무 인프라를 많은 부분 디지털화했다. 구성원 간 작은 소통에서 아이디어 회의로, 업무 회의로 언제든 이어갈 수 있도록 충분한 수의 회의실을 확보했다. 약 100여 개의 회의실을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바로 ‘와이어리스’다. 개인 노트북에서 클릭 한 번이면 회의실 시스템에 자동 연결된다. 덕분에 즉시 회의에 집중할 수 있다.

건물에서 채광과 전망이 가장 좋은 위치는 아이디어 룸이 차지하고 있다. 편하게 발을 뻗고 앉아 대화할 수 있는 마루 형식의 공간, 라이트가 랜덤으로 돌아서 라이트를 받은 사람이 발언하는 방식의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 데스크에 터치 패드형 디스플레이가 매립되어 있어 도면이나 디자인 패턴을 함께 보며 논의할 수 있는 공간 등 다양한 컨셉으로 설계했다. 이는 아이디어를 유쾌하게 창출하거나 회의를 심도 있게 이어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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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특화 공간 중 하나인 ‘타이어 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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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싱 룸은 사용 목적에 기반해 건물에서 유일하게 불투명 처리되어 있는 공간이다.

층마다 업무 특화 공간과 개별 몰입 공간도 마련했다. 디자인 패턴과 트레드를 보관하고, 타이어 패턴을 3d 프린터로 뽑아 즉각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공간인 ‘타이터 워크샵’,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나 전화 업무 등 어느 사유이든 완벽한 몰입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포커싱룸’ 등 다양하게 구성했다.

라이프스타일 안정을 위한 섬세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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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니스 센터. 상주 간호사에게 약 처방 및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고, 휴식이 필요하면 입원실도 이용할 수 있다. 출산한 여성을 위한 마더스 룸도 있다.

때로는 업무 외적인 제반 사항이 업무 몰입에 어려움을 끼치는 요소로 작용하곤 한다. 반대로 구성원의 안정된 라이프 스타일은 곧 업무의 안정화로 이어진다.

테크노플렉스의 로비를 제외한 1층~지하 1층 전체 면적은 오직 구성원의 심리적, 물리적 안정을 시스템적으로 케어하는 공간이다. 사내 어린이집, 직원 식당인 Bistro fine, 웰니스 센터, 피트니스센터, 자전거 보관소 및 샤워실 등.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출산을 앞두거나 출산한 여성, 1인 가구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구성원이 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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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공간에서 일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명확하고도 섬세한 물리적 실현은 기업이 비전을 정립하고 나아감에 단단한 초석이 된다.

한국테크노돔(한국타이어 R&D센터, 첨단 연구소)을 언급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한국테크노돔의 메인 키워드는 ‘커팅 엣지 테크놀로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함’을 컨셉으로 순백의 빈틈없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반면 테크노플렉스(한국 이노베이션 센터)는 ‘혁신,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컨셉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조성했다.

이 두 건축물의 컨셉이 확고히 다른 점은, 한국타이어가 일하는 공간을 기획하는 기저에는 공간이 사용자에게 주는 심리적 물리적 경험에 대한 충분하고도 명확한 이해가 깔려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섬세함과 탄탄함은 브랜드의 비전을 정립하고 나아감에 단초가 된다. 한국타이어는 앞으로 창조와 혁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일하는 공간을 지속해서 연구하고 다듬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