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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타이어 새로운 포뮬러 E

‘2023년 1월, 아홉 번째 시즌으로 개막된 2022-23 포뮬러 E의 3세대 GEN3 레이스카는 한국타이어를 장착하고 전 세계 대도시의 도심 서킷을 질주하게 된다. 새로운 타이어로 무장한 새로운 포뮬러 E의 주행이 시작된 것이다.

‘2022년 8월 13~14일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조성된 시가지 서킷에서 열린 서울 E-프리Prix를 끝으로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 2021-22 시즌이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포뮬러 E의 2세대GEN2 레이스카 또한 역사 속으로 떠나갔다. 2023년 새 시즌부터 포뮬러 E는 더욱 강력해진 3세대GEN3 레이스카와 함께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이다.

‘2022년 8월 개최된 서울 E-프리. 전기차 경주 포뮬러 E는 뉴욕, 베를린, 런던, 자카르타 등 대도시 시가지 서킷에서 주로 열린다.

새로운 포뮬러 E 레이스카는 출력 증가 및 친환경성 향상과 함께 괄목할 만한 변화가 적용됐다. 레이스 카뿐 아니라 레이스 타이어 브랜드가 교체되었으니, 바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포뮬러 E 공식 타이어를 공급하게 된 것. 따라서 포뮬러 E 2022-23 시즌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좋다.

레이스카의 반응에서부터 레이스 결과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타이어가 바뀐 것은 레이싱 팀과 드라이버는 물론 포뮬러 E를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아주 중요한 변화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앞둔 현재, 포뮬러 E 공식 타이어를 둘러싼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포뮬러 E 타이어를 개발한 프로젝트 팀의 연구원을 만나 이 새로운 타이어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응답자:
한국타이어 연구원 Formula E Tire Development Project
윤민영, 장수진, 최지웅 (이하 윤, 장, 최)

"포뮬러 E 공식 타이어 공급사는 레이스 타이어 성능은 물론 광범위하고 다양한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치러지는 대회를 원활히 지원할 수 있는 물류 능력에서부터 친환경성과 지속 가능성이 필수적이다."

- 한국타이어 Formula E Tire Development Project 팀

Q. 한국타이어에서 포뮬러 E 타이어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A. 최: 타당성 검토는 2019년 하반기였고, 비슷한 시기에 FIA의 입찰 공고가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개발은 FIA의 승인 직후인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지금도 여러 모터스포츠 대회의 공식 타이어를 공급하는 타이어 제조사로서 우리는 레이스 타이어를 지속적으로 연구 ·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시리즈에도 언제든 대응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어링카 시리즈 중 하나인 DTM에 10년간 공식 타이어를 공급했으며 현재 24시 시리즈(위), 일본 슈퍼 다이큐, TCR 독일 · 이탈리아 등의 여러 모터스포츠 시리즈에 공식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Q. FIA로부터 공급사 제안이 있었나? 혹은 한국타이어에서 공급 의사를 제시했는지?

A. 최: 정확하게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입찰 공고가 있었다. FIA는 기술력이 낮거나 신뢰성이 불확실한 회사가 자기 입맛대로 제안할 수 없게끔 명확한 조건을 포함한 규정을 먼저 공지하고 그 이후에 입찰을 받는다. 비단 타이어 제조사뿐만 아니라 배터리, 섀시, 전기모터 등 레이스카에 쓰이는 모든 공용 부품의 공급 자격도 같은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좀 더 구체적인 예시를 설명해보자면,
레이싱에 참가할 수준의 뛰어난 타이어의 성능을 보유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며, 실질적으로는 필요한 수량을 적시에 제조 · 공급할 여력이 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특히 포뮬러 E는 전 세계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공급사의 글로벌 물류 능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친환경 기여도가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이와 관련된 탄소 배출 절감 방안, 친환경 원료 적용, 타이어 생산부터 폐기 후 재활용에 이르는 환경 영향도 평가를 위한 제반 시스템 구축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급사가 포뮬러 E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조건에 부합해야만 본격적인 경쟁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

Q.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iON’ 개발 팀을 인터뷰할 때 전기차의 특성상 그립, 내구성, 배수성, 정숙성 등 타이어에 요구되는 모든 능력치가 고르게 높아야 한다고 들었다. 포뮬러 E 레이스카도 전기차인 만큼 EV 타이어와 같은 방향으로 개발되었는가? 아니면 다른 레이스카 타이어와 크게 다르지 않았나?

A. 장: 실제로 EV 타이어 개발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만큼 일반 레이스 타이어와 다른 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보통 레이스 타이어라고 하면 내구성만큼이나 스피드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런데 포뮬러 E는 제시된 조건들이 매우 구체적이고 까다로웠다. 그래서 타이어 성능 간의 상충성Trade-off을 극복하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이른바 ‘매직 트라이앵글’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균형 있는 타이어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런 점은 분명 EV 전용 타이어 개발 방향과 거의 흡사하다.

Q. 일반적인 레이스 타이어와 달리 포뮬러 E 타이어는 드라이, 웨트 구분이 없고 심지어 레이스 중 타이어 교체도 없다. 레이스 타이어 개발 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A. 윤: 포뮬러 E가 지향하는 목표가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경기 중에 타이어 교체가 없는 것도 그런 이유다(정확하게 말하자면 점검Shakedown 세션에서부터 예선Qualifying과 본선Race을 통틀어 한 번의 대회에 2세트의 타이어만 허용된다). 따라서 한 세트의 타이어로 레이스 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었다. 타이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레이스 타이어 개발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 과제였다.

"포뮬러 E는 전기차로 경쟁하는 모터스포츠다. 따라서 포뮬러 E 타이어는 EV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과 마찬가지로 주요 성능 간의 상충성Trade-off을 극복해 ‘매직 트라이앵글’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 한국타이어 Formula E Tire Development Project 팀

  • 한국타이어는 W 시리즈, FR 아메리카(위), F4 US 등 다양한 싱글 시터 포뮬러 레이스의 공식 타이어 또한 공급 중이다.

Q. 이제 포뮬러 E 타이어 자체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포뮬러 E는 서킷부터 특별하다. 시가지 특설 트랙이기 때문에 개최 도시별로 노면 설계에서부터 타막Tarmac(도로 포장 재료)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이런 점이 포뮬러 E 타이어 개발 난이도를 더 높였을 것 같다.

A. 최: 물론 트랙 환경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레이스카 자체가 더 큰 숙제였다. 포뮬러 E는 근본적으로 내연기관이 아니며, 브레이크도 회생 제동 방식이어서 열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말은 열로 타이어 그립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무게는 860kg밖에 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그립을 만들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Q.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실차 테스트를 해야 한다. 하지만 타이어 개발 당시 3세대 레이스카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었을 텐데?

A. 윤: 그렇다. 게다가 2세대 레이스카 테스트는 계약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비슷한 제원을 가진 포뮬러 투 레이스카를 시험용 차량Test Mule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F2 레이스카는 무게가 좀 더 무거운 편이지만 출력이 비슷해서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타이어 프로파일은 차이가 있어 이 부분은 수정했다. 테스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포뮬러 E 타이어는 움직임만으로 온도를 올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친환경 전기 파워트레인을 갖춘 포뮬러 E 레이스카는 엔진 배기음뿐만 아니라 타이어를 데워줄 뜨거운 배기가스도 없다.

Q. 일반적인 레이스카는 브레이크나 내연기관 엔진에서 발생한 열을 타이어 웜업Warm-up에 이용하지 않는가?

A. 윤: 맞다. 하지만 방금 설명된 것처럼 포뮬러 E는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가졌을 뿐이고 브레이크도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움직임만으로 타이어 온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연구했고,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Q. 아무래도 테스트 중에 디지털 시뮬레이션에 많이 의존했을 것 같다.

A. 최: 정확하게 수치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40% 정도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얻은 결과가 실제 주행에서도 그대로 도출되는지 진행하는 트랙 테스트가 60% 정도였고. 테스트는 모두 해외에서 진행됐다.

Q. 포뮬러 E는 시가지 트랙 위주인데 일반 서킷에서 테스트할 경우 결과값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가?

A. 윤: 무엇보다 보안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시가지 서킷 테스트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대신 일반 서킷에 시가지와 유사한 레이아웃으로 코스를 만들어 차이를 좁혔다. 예를 들어 헤어핀 코너도 좀 더 타이트하게 만들고 시케인Chicane(커브가 이어져 S자 형태로 이루어진 도로)도 많이 만드는 등 일반 서킷이지만 최대한 시가지 서킷의 특성을 부여해 타이어 반응이나 차량 반응을 면밀히 측정하고 관찰했다.

새로운 3세대 포뮬러 E 레이스카는 더욱 강력해진 배터리 성능으로 더 높은 출력을 발휘하는 사륜구동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포뮬러 E의 공식 타이어 공급사가 된다는 것은 레이스 타이어의 성능을 넘어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관한 의지와 능력을 입증받았다는 의미다. 앞으로 우리는 사용된 포뮬러 E 타이어를 모두 회수해 열분해 과정을 거쳐 재활용할 예정이다."

- 한국타이어 Formula E Tire Development Project 팀

Q. 한국타이어의 목표가 타이어의 퍼포먼스는 유지 또는 향상하면서, 동시에 LCA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여기에서 LCA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A. 장: LCA는 ‘전 생애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의미한다. 우리의 목표는 타이어에서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을 지속 가능한 순환 루프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는 원료 수급에서부터 타이어 생산은 물론 폐기 후 다시 원료로 재활용하는 부분까지 고려했다. 이는 현재 한국타이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이다. 이러한 친환경성과 지속 가능성은 FIA에게도 중요한 가치이자 포뮬러 E 자체가 그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모터스포츠인 만큼 우리에겐 무엇보다 막중한 과제다.

Q. 마지막 질문. 포뮬러 E 관계자, 그리고 모든 모터스포츠 팬에게 한국타이어가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기를 바라는가?

A. 최: 우리는 10년 이상 대규모 모터스포츠 시리즈에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성능과 내구성에서 이미 톱 티어 타이어 브랜드로 인식되었다고 자부한다. 포뮬러 E 타이어 공급을 시작하면서 그러한 인식을 더 널리 확산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노력하는 타이어 회사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A. 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넘어가는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도전하는 회사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A. 장:모터스포츠 관점에서는 FIA 및 포뮬러 E 주최 측과 원활히 소통하는 회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회사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